Search

The Deliberate Startup 이해 및 적용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타트업을 이제 막 시작하는 창업자가 반드시 염두해야 할 스타트업 방법론인 The Deliberate Startup에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상적인 방법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론이 세상에 존재할까?'
개인적으로 모든 창업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스타트업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창업자의 성향, 창업자가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방향, 제품의 유형과 특성, 현재 진행 단계, 그 밖에 창업자가 처한 상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창업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만능 방법론은 없다. 다만 다양한 상황과 이슈에 대해 가장 적절한 이론과 프레임워크가 존재할 것이고 창업자는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라면 무엇을 염두해야 할까? 내 생각에는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만의 정의,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 먼저 염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본 플레이북 시리즈의 첫 번째, 두 번째 글이 바로 스타트업의 정의와 5가지 특성을 다뤘다.
요지만 정리하면, 스타트업은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고 반복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이런 스타트업 비즈니스는 일반적인 비즈니스에 비해 5가지 특성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바로 아래와 같다.

스타트업의 5가지 특성

위와 같은 특성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이상적인 방법론으로 한동안 거론됐던 방법론이 바로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 방법론' 일 것이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2010년 전후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과 더불어 빠르게 대중화된 고객 개발과 가설 검증 중심의 스타트업 방법론이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기업들의 내부 혁신 프로세스 상에서 핵심 프레임워크로도 활용됐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린스타트업 방법론 도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형태와 경쟁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고 급기야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무용론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대기업 중에서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GE의 몰락으로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됐다.
GE의 흥망성쇠 (reference)
Lean Startup 방법론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제시했지만, 그에 대한 대안이 명료하게 제시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린스타트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한계를 지적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Notejoy를 창업했고, 현재 Reforge에서 Product Management 관련 강의와 코칭을 제공하고 있는 Sachin Rekhi가 있다. Sachin Rekhi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이 지니고 있는 4가지 본질적인 문제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4가지 한계점
1.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매력적인 전략 수립 이전에 불확실함을 전제로 한 실험을 장려한다 (The Lean Startup encourages agnostic experimentation instead of starting with a compelling strategy.)
2.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MVP에 대한 집중은 더 빠른 실패를 야기한다 (The Lean Startup’s focus on MVPs leads to failing too fast.)
3.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제품의 점진적인 혁신을 야기한다 (The Lean Startup leads to incremental products.)
4.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의도적인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제품 자체에만 집중한다 (The Lean Startup leads to incremental products.)
스타트업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너무 기획과 높은 완성도에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며 우선 출시해서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개선하여 고객이 원하는 올바른 제품을 발견하고 출시하기 위해 강조한 린스타트업의 가설 기반 빠른 학습 사이클이 오히려 제품 근시안에 빠져 비즈니스의 전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The Deliberate Startup

많은 창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함에 있어서 사업계획을 구상하는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을 비판하던 기조에서 이제는 웬만한 완성도의 제품으로는 고객이 꿈쩍도 하지 않고, 설사 고객이 초기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더라도 그 반응과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기조로 전환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전처럼 책상 앞에서 사업계획만 고민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과 비즈니스 핵심 가정에 빠른 검증/학습을 균형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Sachin Rekhi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방법론(또는 제품개발 방법론)으로써 The Deliberate Startup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Deliberate Startup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의도적인 스타트업 방법론'이라 할 수 있겠다.
Deliberate Startup 개념을 제시한 Sachin Rekhi의 다양한 포스팅을 살펴보면 Deliberate Startup은 구체적인 방법론이기보다는 스타트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가깝다. 그래서 Deliberate Startup 용어 자체로만 검색하면 보다 의도적이고 신중하게 제품/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가설 중심으로 검증해 나가는 접근법이라는 수준의 설명이 대다수이다.
다만, Deliberate Startup 마인드셋으로 Product-Market Fit을 어떻게 탐색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Sachin Rekhi의 포스팅들을 통해 의도적이고 신중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 2개 포스팅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초기 창업자가 Deliberate Startup 관점으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특성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아래와 3가지로 정리해 봤다.
1) 전술(Tactics)이 아닌 전략(Strategy) 관점에서 시작한다.
전략과 전술 개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서로 동일한 개념으로 혼용해서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용어는 차이가 있으며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전략(Strategy) : 군사 용어로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으로 전술보다 상위 개념임. 비즈니스에서는 장기적인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의미함
전략과 전술을 쉽게 구분하자면, 전략은 스타트업의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을 수립하는 것이고 전술은 전략의 하위 개념으로서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과 실행방안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략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고객의 문제를 포착하고 문제에 대한 탁월한 솔루션을 기능 중심으로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고객이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결과(Outcome)를 정의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하기 위한 목표 수립 및 달성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해당 제품을 시작으로 인접 고객군으로 확장하여 결국 대중적인 제품이 될 여지가 있는지, 초기에 고객을 빠르게 획득할 만한 방안이 있는지, 특정 채널과 제품이 적절성이 있는지 등을 먼저 고민하고 고객 문제-솔루션 적합성을 검증해 나가야 한다.

2) 제품이 아닌 전체 비즈니스 모델과 구조를 고민한다

린스타트업은 일단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학습 사이클(Build-Measure-Learn)을 빠르게 반복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가는 접근법이다. 이 경우에 학습과 최적화의 대상은 제품이 된다.
Deliberate Startup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고객과 제품 간 적합성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전체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구조를 함께 그려보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한다는 것은 제품을 어떻게 유통할 것인가, 제품을 기반으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 등을 같이 시작부터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성장 구조를 그려본다는 것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고객 경험을 고려했을 때 초기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제품 내에서 특정 고객 참여와 재이용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등도 고민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조화하기 위해서 창업자는 시작 단계에서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해봐야 한다. 이때 사업계획서의 양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창업자의 신념과 계획을 빠르게 시각화할 수 있으면 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는 다음과 같은 도구들이 있다.
-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 린 캔버스
- Sachin Rekhi의 Product/Market Fit Hypothesis Document
- Brian Balfour의 The Business Hypothesis Canvas
이렇게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구조를 시작부터 구체화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면 자연히 고객의 문제/니즈에 대한 위험한 가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제품 외 요소들에 대한 가정들도 식별할 수 있다.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과 그 구조 상에서 어떤 위험한 가정이 존재하는지를 식별하고 무엇부터 검증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확립하고 하나하나 검증해 나가는 것이 Deliberate Startup의 핵심 중 하나다.

3) 가장 위험한 가정을 검증해 나가면서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킨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마음속에 새겨야 할 주요 교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당장 건물 밖에 나가서 고객부터 만나라'. 이 교훈은 비즈니스를 시작함에 있어서 책상에 앉아서 계속 사업계획만 이리저리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다.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구체적인 사업계획 이전에 당장 나가서 고객부터 만나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고도화하는데 탁월한 도구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와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MVP 구현과 그 MVP에 대한 고객 피드백에 집착하여 제품을 수정보완하기만 하다가 해당 제품이 비즈니스로써 무가치했을 때 오히려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한계에 노출된다.
그래서 시작할 때 장기적인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포함된 의도적이고 신중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Deliberate Startup 방법론이 제시됐는데, 이 방법론이 전통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것과 큰 차이가 무엇이냐면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구조에 대한 가정 중심으로 정리하는가(Deliberate Startup)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의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정리하는가(일반적인 사업계획 수립)이다.
사업계획에 있어서 핵심 목표는 완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기보다는 초기 비즈니스 모델 작동 및 성장에 필요한 최소한 요소와 각 요소에 대한 가정을 정리하고 가장 위험한 가정을 식별하고 이를 검증한 후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사업계획을 업데이트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사업계획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Deliberate Startup은 전통적인 사업계획 수립과 린스타트업 방법론 사이의 균형을 갖고 창업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사업계획 초안을 빠르게 정리하고, 사업계획 내 가장 위험한 가정을 식별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세부 가설 수립과 검증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단순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Deliberate Startup 방법론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는 Product Inventor 이전에 Business Model Designer로서 보다 넓고 장기적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진화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3. The Deliberate Startup 방법론 적용

Deliberate Startup 방법론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제품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위험한 가정을 식별하고 검증하는 활동을 반복하면서 사업계획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그럼 초기 창업자가 수립해야 할 사업계획은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가? Sachin Rekhi의 Product/Market Fit Hypothesis Document을 살펴보면 사업계획을 구성하는 항목으로 크게 8가지가 있다. 고객, 고객의 문제, 가치제안, 차별적 경쟁우위, 경쟁, 고객획득 전략, 수익화 전략, 그리고 핵심지표다. 각 항목에 대해 어떤 가정을 정리해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Sachin Rekhi의 Product/Market Fit Hypothesis Document 8가지 구성요소 이해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Product Market Fit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의 사업계획서를 구성하는 요소는 창업자의 성향이나 제품과 시장의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핵심 구성요소에 대한 창업자의 계획과 가정을 정리하고 특히 가정들 중에서 현재 시급하게 검증해야 할 부분, 미래에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검증해야 할 부분, 당장 검증할 필요가 없는 부분을 구분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 정리하자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제품 아이디어로 출발해서 빠르게 가설 수립/검증 학습 사이클을 반복하기 전에 적절한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사업계획을 먼저 구체화해 본다. 그리고 사업계획 내 위험한 가정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후 차근차근 검증해 나가면서 '사업계획'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궁극적으로 시장에 먹힐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초기 창업자 입장에서 이상적인 스타트업 시작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가설만 있을 뿐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이 결여돼 있다면 잠시 멈추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계획을 먼저 수립해봐야 한다. 그러면 나의 제품 아이디어가 지속가능성과 빠른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 비즈니스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제품에 올인하는 선택은 비즈니스 모델과 그 성장성이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먼저 확신을 갖고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